매일 쓰는 그 물건, 원래 목적이 따로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책상 위에 있는 포스트잇, 어제 택배 상자에서 터뜨렸던 뽁뽁이, 아이가 손에 쥐고 주무르는 플레이도우.
이 물건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의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발자가 의도한 목적은 따로 있었고, 세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 물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오늘은 운명이 완전히 바뀐 발명품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5위. 플레이도우 — 벽지 청소제에서 전 세계 어린이의 장난감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필수 장난감인 플레이도우는 원래 이름이 쿠톨 월 클리너였습니다.
1930년대 미국은 석탄 난방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라, 집 안 벽지에 그을음이 잔뜩 쌓이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습니다.
이 반죽은 그 그을음을 닦아내기 위해 개발된 청소 용품이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가스 난방이 보급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고, 회사는 폐업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바로 그때, 한 유치원 교사가 이 반죽을 아이들 손에 쥐여줬습니다.
아이들은 열광했고, 그 반응이 제품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벽지를 닦던 반죽이 지금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난감이 됐습니다.

4위. 버블랩 —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벽지에서 포장의 제왕으로
뽁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버블랩은 1957년 두 발명가가 입체 질감의 벽지를 만들려다 탄생했습니다.
공기 방울이 볼록볼록 돋아나는 독특한 인테리어 소재로 팔 계획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누구도 공기 방울이 돋아난 벽지를 집 안에 붙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온실 단열재로도 시도해봤지만 역시 팔리지 않았습니다.
IBM이 새 컴퓨터 제품을 운반하면서 이 소재를 포장재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벽지는 이제 전 세계 물류와 택배 산업의 핵심 포장재가 됐고, 터트리는 재미까지 더해져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3위. 리스테린 — 수술 소독제에서 구강청결제로, 마케팅이 만든 반전
1879년 탄생한 리스테린은 원래 외과 수술 도구를 소독하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용 소독제였습니다.
소독제로 시장에서 외면받자 바닥 청소제로도, 비듬 치료제로도, 심지어 임질 치료약으로도 팔아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전환점은 제품이 아닌 마케팅에서 왔습니다.
1920년대, 입 냄새를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닌 사회적 수치심으로 포장한 광고 캠페인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제품 자체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바꿨을 뿐인데, 6년 만에 매출이 40배 뛰었습니다.
리스테린은 사람들에게 입 냄새가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그 해결책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했습니다.

2위. 코카콜라 — 모르핀 중독 치료약에서 세계 1위 음료로
1886년, 미국의 약사 존 펨버튼은 모르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체 치료제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코카 잎과 콜라 열매를 섞어 만든 이 시럽은 두통과 소화불량 치료약으로 약국에서 판매됐습니다.
실제로 코카인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고, 당시에는 합법적이었습니다.
원래 알코올이 들어간 약용 음료였지만, 금주법 시행으로 알코올을 빼야 했고 탄산수를 섞으면서 완전히 다른 맛이 탄생했습니다.
치료약이 너무 맛있어서 음료가 된 것입니다.
오늘날 코카콜라는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매일 20억 잔 이상 소비되는 세계 최대 음료 브랜드가 됐습니다.

1위. 포스트잇 — 6년간 서랍에 잠들어 있던 실패작의 대역전
1968년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물을 손에 쥐었습니다.
붙이긴 붙는데 손대면 바로 떨어지는, 너무 약해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접착제였습니다.
6년간 서랍 속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실패작으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전환점은 전혀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
동료 연구원 아트 프라이는 성가집을 사용하면서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고민이 6년 전의 실패작을 떠올리게 했고,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결합했습니다.
붙이면 제자리를 지키지만, 필요할 땐 흔적 없이 떼어낼 수 있는 메모지.
포스트잇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사무실과 책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습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다섯 가지 발명품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처음의 목적이 실패하거나 무너졌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플레이도우는 청소 용품으로 쓸모를 잃었을 때 장난감이 됐고, 버블랩은 벽지로 외면받았을 때 포장재가 됐습니다.
리스테린은 약으로 실패했을 때 마케팅으로 부활했고, 코카콜라는 치료약에서 쫓겨났을 때 음료가 됐으며, 포스트잇은 실패작으로 서랍 속에 있을 때 진짜 쓰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손에 있는 어떤 것도, 처음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꿀 가능성을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